야구는 가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말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바로 그 미친 야구가 피츠버그의 '폭주 기관차' 배지환을 제대로 덮쳤다.

플로리다의 화창한 날씨 아래 펼쳐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 1번 타자 중견수로 그라운드를 밟은 배지환이었는데, 야구장엔 뜨거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에서 나온 장타 두 방 덕분이었다. 그것도 2루타만 두 개, 정확히 말해 시범경기에서 벌써 6번째 2루타였다. 이쯤 되면 정말 '미쳤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날 그의 기록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에 볼넷까지. 배지환의 타율은 이제 무려 0.444를 찍었고 OPS는 하늘을 뚫고 1.168까지 올라갔다.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것도 개막 로스터를 향해 뛰는 상황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를 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방면으로 깔끔한 2루타를 날려, 1루에 있던 헨리 데이비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대가 홈으로 송구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3루까지 진루하는 센스를 보였다. 곧이어 팀 동료 아담 프레이저의 땅볼 때 홈을 밟아 득점까지 챙긴 건 덤이었다.

5회 다시 등장한 배지환의 타격은 이번에도 매서웠다. 거의 똑같은 위치에 떨어지는 또 하나의 좌익수 방면 2루타로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내며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했다. 이런 활약에 현지 중계진까지 "올해 개막 로스터를 놓고 경쟁하는 선수 중 배지환을 빼놓는 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배지환의 길이 늘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한국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였던 그는 미국 진출 초기에 여러 잡음과 아픔을 겪어야 했다. 계약이 무효가 되고, 무적 신분으로 돌아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피츠버그에서 다시 기회를 얻었고, 이제는 주전 자리를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즌은 좀 아쉬웠다. 타율 0.189, OPS 0.463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배지환의 MLB 커리어는 여기까지인가?'라며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야구는 끝까지 봐야 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배지환은 칼을 갈고 나왔다. 특히 중견수로 변신까지 꾀하며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피츠버그의 네 번째 외야수를 두고 경쟁 중인 배지환의 시범경기 성적은 누가 봐도 압도적이다.

물론 아직은 시범경기라는 말도 많겠지만, 이런 배지환의 모습에서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딱 하나다. 올해만큼은 그가 확실하게 개막 로스터에서 시즌을 출발하고, 제대로 된 MLB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것. 지금처럼만 하면 그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배지환이 이렇게까지 치고 달릴 수 있는 힘은 과거의 아픔과 시련을 이겨낸 마음가짐 덕분이다. 그리고 오늘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마치 모든 불운을 단번에 날려버리려는 듯, 야구장 위에서 눈부시게 타올랐다.

배지환의 2025년 시즌, 이거 진짜 볼 만하겠다. 올해 피츠버그 경기는 안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스포츠중계 씨유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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