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그 씁쓸한 탈락과 묘하게 기대되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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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억나세요? 류현진 선수가 쿠바를 상대로 마운드에 서 있었던 그 순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공을 던졌고, 금메달의 주춧돌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글쎄요, 한국 야구는 그때의 류현진 같은 선수를 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까지 뛰어난 선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도 모르죠.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 야구는 조별리그에서 고꾸라졌습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선발투수가 없어요. 5이닝을 넘긴 사람이 없다니까요? 경기를 보는 내내 "이게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마운드 위에서 위기를 책임져 줄 투수 하나 없는 상황은, 팬들로 하여금 너무나도 큰 허탈감을 남겼습니다. 마치 속 빈 강정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예전에 구대성이나 서재응, 박찬호 같은 선수가 있었죠. 그때는 그래도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어깨 펴고 던졌습니다. 지금은 누가 나와도 "제발 버텨라"는 마음으로 봐야 하니, 이게 제대로 된 경기일까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이제 조금 해보겠다" 싶었던 건 곽빈이었습니다. 4이닝 무실점으로 분투했죠. 하지만 그게 끝입니다. 다른 투수들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흔들리고, 팬들은 한숨 쉬고, 점수는 상대 팀으로 넘어가고. 그나마 김도영 같은 타자가 멀티 홈런을 치고, 젊은 투수들이 조금씩 가능성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그 가능성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몰라요. 다들 "기다려 봐야지"라는 말만 반복할 뿐입니다.
2028년 LA 올림픽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요? 지금 상태로는 올림픽 본선에 나가는 것조차 힘들지 않을까요? 선발투수의 중요성은 다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걸 채워줄 사람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한국 야구가 강했던 시절을 생각해 보세요. 투수 한 명이 나와서 78이닝을 버티고, 타자들이 그 틈에 점수를 내면서 승리를 가져가곤 했습니다. 지금은? 투수가 23이닝 겨우 던지고 불펜이 전부 던지게 만들죠. 이러니 타자들이 아무리 잘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면 뭐하나요, 투수진이 실점하면 그만인데요.
투수 육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까요? 유망주들에게 경험을 많이 주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그런 걸 잘한 적이 있었나요? 그나마 국제대회에 맞춘 훈련 시스템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행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선수층이에요. 부상자 하나 생기면 그 공백을 메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다승왕, 평균자책점 상위권 투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팀 전체가 흔들리죠. 이런 상황에서 국제대회를 잘 치른다는 건 어쩌면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한국 야구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류현진 같은 선수가 또 나와줄까요? 글쎄요. 하지만 그래도 한 명만이라도 괜찮은 선발투수를 키워봅시다. 그게 "포스트 류현진"이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그냥 적당히 던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야구 경기를 보면서 "그래도 오늘 선발투수는 믿을 만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그게 한국 야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제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야구 팬들은 아직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야구도 희망을 보여줍시다. 던져요, 제발. 어떻게든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