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축구 경기장에서 터진 환호와 동시에 퍼진 고요함, 그 사이에 황희찬 선수가 있었습니다.

지난밤, EPL 울버햄튼과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축구 팬이라면 아시겠지만, 토트넘과의 경기는 언제나 뜨겁습니다. 그런데 전반 7분, 황희찬 선수가 한 골을 터뜨렸습니다. 와,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소리쳤습니다. 아마 관중석에서도, 화면 앞에서도 환호성이 터졌을 겁니다. 그런데 황희찬 선수는 달랐습니다. 그는 기쁨을 멈추고 그라운드 위에 서 있었습니다. 고개를 숙였고, 두 손을 모으지도 않은 채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왜였을까요?

바로 고국에서 들려온 비극적인 소식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무려 179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대참사였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항공기 사고라는 이 비극은, 듣기만 해도 마음을 내려앉게 합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경기 직전에 접한 황희찬 선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골을 넣고도 웃을 수 없었던 그의 행동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황희찬 선수는 경기 후 SNS를 통해 직접 심경을 전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해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그의 글은 길지 않았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에는 묵직하게 와닿았습니다. 먼 타지에서까지 고국을 떠올리며 애도를 표한 그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릅니다. "축구는 축구일 뿐인데, 저런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하지만, 의미는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황희찬의 행동은 단순한 리액션이 아니었습니다. 축구장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그곳에서조차 누군가는 고국의 슬픔을 잊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야기를 조금 다른 쪽으로 돌려봅니다. 무안 참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요? 정부는 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원인 규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그 어떤 조치도 완전한 위로가 되기 어려울 겁니다. 이런 가운데, 황희찬 선수의 작은 묵념은 아마 그들에게 "누군가는 우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작은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황희찬 선수가 경기장에서 잠시 멈춰 섰던 그 순간을 상상해 보세요. 주변은 열광하는데 그는 묵념합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 할 태도를 보여줍니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고통 속에서도 함께하려는 마음 말입니다.

황희찬의 침묵이, 그의 메시지가, 그리고 우리가 이 비극을 대하는 방식이 각자에게 어떤 울림을 남길지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중계 씨유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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